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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新생활명품. 윤광준. 오픈하우스

 

일상생활의 대부분은 어떤 물건을 선택하고 쓰고 버리는 일이다. 그것에도 명품이라 부를 만한 것이 있을까. 그 많은 사소한 것 중에서 지은이는 자신의 안목으로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물건들을 솎아낸다. 비싸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책 제목처럼 누구나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일상 속의 물건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일용품이 되고 그들 중 무엇이 생활명품으로 살아남는 것일까? 

 

지은이의 눈은 일회용 종이용품인 ‘와사라wasara’에서 피부에 해가 없는 기초화장품 ‘세타필cetaphil’, 일상 속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거의 모든 기능을 갖춘 철판 ‘베르크카르테werkkarte’와 튼튼하기로 이름난 여행용 캐리어 ‘리모바rimowa’까지, 대를 이어 물려주는 보온병과 버튼 하나로 펴고 접는 우산에 가 닿는다. 클릭 한 번으로 플러그가 빠지는 멀티탭은 또 어떠며 물건의 본질에 충실함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다는 베일런트 보일러와 밀레 청소기를 생활명품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일상에 필요한 물건은 제각기 나름의 사용처를 갖는다. 물건이 가진 기능은 일상용품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런 기능에 무엇이 더해져야 다른 물건과 구별되는가. 지은이는 기능에만 충실한 물건들은 일단 옆으로 제쳐 놓는다. 그것이 물건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능에 더한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룰 때 명품에 한 걸음 다가설 확률이 높아진다. 

 

물건에서 인간에게 전해지는 감동이란 결국 물건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채운 정성에서 나온다. 그럴 때 좋은 물건이 탄생하는 것이다. 좋은 것에 반응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필요는 자연스레 확산된다. 사람들은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저마다의 재주가 있다. 반복되는 일상의 시간에 즐겁고 아름다운 옷을 입히는 일이 생활의 명품을 만드는 일이다. 위대함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일상의 작은 물건을 다시 돌아보아야 할 이유다. 평범함을 비범하게!

 

 

[클럽케이서울 신상웅 북 큐레이터]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 2016년 서울과 청주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동아시아의 쪽 염색을 찾아다닌 책 [쪽빛으로 난 길]을 냈다.

염색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