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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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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잊기 좋은 이름 . 열림원


사람에게 유년의 기억은 어떻게 되살아나는가 . 누군가는 기억도 하기 싫은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글을 쓰는 어떤 이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어 현재를 이끌어가는 든든한 힘으로 쌓인다 . 엄마가 손칼국수를 만들어 파는 맛나당’에서 자랐다 . 국수를 판 돈으로 세 딸에게 피아노까지 놔주고 자기 옷도 사고 분도 발랐다  딸은 식당에 딸린 방에 누워 도마질 소리를 들으며 칼국수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 소설가가 되었다 . 그는 고백한다 . 칼국수집 맛나당’이 자신을 키웠다고

대중가요를 들으며 학교를 다녔고 연애 같지 않은 연애도 했다 . 도시로 유학을 와 또래들처럼 뜨거운 청춘을 보냈고 어느 날 소설가가 되었다 . 문학상을 탔다는 현수막이 고향마을 하늘에 걸렸고 맛나당’에서 칼국수를 끓이던 어머니가 시상식에 찾아왔다 . 뜨거운 한여름에도 불 옆에서 장사를 해온 엄마는 ‘누가 와 귀싸대기 때려도 웃을 것 같다’며 딸을 자랑스러워했다 . 자신의 글이 그런 엄마에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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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초 , 저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너무 무겁고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 그 뒤 역사를 공부하고 또 경험하며 때론 농담이 불가능한 시기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그러니 만일 언젠가 제 소설에 명랑한 세계가 가능했다면 그건 제가 특별히 건강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 특별히 밝은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 그렇게 찧고 까불며 놀 수 있는 마당을 선배들이 다져줬기 때문이란 걸 알았습니다 . 내 농담이 선배들의 진담에 빚지고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어떤인생이든 자신이 지나온 과거의 시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 그건 소설가도 마찬가지다 . 이 책은 지은이가 겪을 수많은 이야기가 병렬로 나열된 산문이라지만 성장소설로 읽어도 무방하다 . 그만큼 과거의 기억이 시간의 순서대로 촘촘하게 들어차 있다 . 기억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 세상에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 . 어디 이름뿐이겠는가?


 

[클럽케이서울 신상웅 북 큐레이터]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 2016년 서울과 청주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동아시아의 쪽 염색을 찾아다닌 책 [쪽빛으로 난 길]을 냈다.

염색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