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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케케묵은 이야기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는 말자. 고고학이란 학문이 늘 과거의 시간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현재와 연결되지 않았다면 벌써 지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건재하니 의미가 있다는 증거다. 지은이는 한술 더 떠 고고학이야말로 가장 오래도록 유지될 학문이라 말한다. 인류가 지구에서 멸종하는 날이 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고고학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어디일까. 아무래도 우리에게 익숙한 곳은 조개무지, 패총일 것이다. 그곳은 고대인들의 식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유물이 출토되는, 현대의 쓰레기장과 유사하다. 그곳에 버려진 것들을 모아서 고고학자들은 그들의 과거를 추적한다. 조개의 종류로 당시의 기후를 짐작할 수도 있고 당시 인류의 식성이 무엇을 더 선호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먹고 버린 조개껍질이 제일 많아 패총이라 부르지만 사실 훨씬 더 다양한 당시 생활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이 모든 것이 고고학의 대상이다. 

젊은 여성의 유골과 태아의 두개골 파편이 발견되었을 때는 그녀가 출산 중에 사망했을 안타까운 사정을 그려볼 수 있다. 우연히 항아리 바닥에 남은 곡물의 찌꺼기를 분석하다 보면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먹었을까 하는 의문을 지나 혹시 술을 만들었을지도 모를 새로운 단서를 만나기도 한다. 경주의 황남대총과 관련된이야기다. 그곳에서도 왕과 왕비를 위한 제사음식을 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항아리에서 동물들의 뼈가 나왔다.  그중 재미난 것이 바로 상어의 뼈다. ‘돔베기’라 불리는 상어고기는 지금도 경상도 일대의 제사상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라의 제사상 음식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고고학의 목적은 거대한 왕궁과 무덤을 발굴해 역사의 기록을 증명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왕을 포함한 지배자들의 역사도 있지만 사소한 흔적에서 과거 보통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밝히는 것도 고고학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사실 그렇게 말한다면 고고학은 지상에 남긴 모든 인류의 흔적에 관한 추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바로 지금 우리와 떼어놓고 상상할 수 없다. 혹시 아는가, 현재 우리의 하루하루도 수백 년 뒤 어느 고고학자의 삽 끝에서 되살아날는지. 

 
[클럽케이서울 신상웅 북 큐레이터]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 2016년 서울과 청주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동아시아의 쪽 염색을 찾아다닌 책 [쪽빛으로 난 길]을 냈다. 
염색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